이글은 YMCA마을만들기 운동에 대한 이념 및 활동에 대해 정리한 글입니다. 내부 발표용으로 작성했습니다.

 

1. 마을 만들기운동의 개념 정리

 

생활환경을 개선하려는 주민운동이다.

  각 지역 YMCA가 주민들과 함께 전개하고 있는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운동’과 ‘마을학교 개최’,를 비롯해 참여연대가 주도해온 ‘아파트 공동체 운동’과 ‘아파트 시민학교’ 녹색연합의 ‘생태마을학교’,를 비롯해, ‘녹색아파트 만들기’, ‘녹색가게’, ‘민회(民會)’, ‘지역 만들기’, ‘생활협동공동체 운동’, ‘마을축제’ 등 다양한 활동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각 지역에서 전개되는 활동 이외에도 이러한 활동들의 연대와 교류 및 지원을 위해 시민단체, 전문가, 지역활동가들이 참여하여 만든 연구모임도 많이 늘었는데, ‘마을과 사람을 생각하는 모임(녹색교통운동과 지역 활동가들)’, ‘마을만들기 연구모임(도시연대)’, ‘도시공동체운동의 이념을 모색하는 모임(참여연대)’, ‘마을 가꾸기 연구모임(녹색연합)’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무엇이라 부를 것인가?

 이처럼 다양한 이름으로 다채롭게 전개되고 있는 주민활동과 이를 지원하고 연대하기 위한 시민운동이 확산되어 가면서, 이러한 활동들을 통틀어 무엇이라 부를 것인가가 논란이 되어왔다. 이러한 명칭들로는 그 동안 ‘지역 만들기’, ‘동네 가꾸기’, ‘마을 가꾸기’, ‘마을 만들기’ 등이 혼용되어 왔는데, 전문가와 시민운동 및 주민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마을 만들기’라는 용어로 모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역 만들기인가, 마을 만들기인가?

  ‘지역 만들기’ 또는 ‘지역운동’이란 말은 1990년대 초반부터 쓰여지기 시작하였다. 당시 YMCA가 ‘21세기 지역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지역 만들기’란 말에는,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그 동안의 광역적이고, 전국적인 차원의 정치투쟁 위주 시민운동에서 벗어나 지방과 지역으로 시민운동의 방향과 내용을 선회하자는 뜻이 담겨있다.

  ‘지역 만들기’란 말은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시민운동의 방향전환을 상징하는 말처럼 사용되었던 게 사실이지만, 생활환경에 관심을 갖는 주민활동을 지칭하는 용어로서는 적합하지 않은 면이 많다. 특히 ‘지역’이라는 단어가 ‘전국’ 또는 ‘중앙’의 상대개념으로 쓰이기는 하나, 때로는 ‘도시’보다도 더 큰 공간범위를 의미하는 경우도 있어, 일상 생활환경의 문제를 다루는 주민활동의 대상이나 범위를 지칭하는 용어로서는 적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네인가, 마을인가?

  생활환경에 관심을 갖고 행동하는 주민들의 활동을 지칭하는 말로 그 동안 가장 많이 사용된 용어는 ‘동네 가꾸기’, ‘마을 가꾸기’, ‘마을 만들기’ 세 가지다. 이 가운데 ‘가꾸기’와 ‘만들기’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뒤로 미루고, 먼저 ‘동네’와 ‘마을’이라는 말의 뜻에 대해서 살펴보자.

  ‘동네’란 말은 주로 여러 집이 이웃하여 살아가는 동네(마을)의 물리적 범위를 지칭하고 있는 반면, ‘마을’은 물리적 범위만을 뜻하지 않고 ‘마을 사람들’ 또는 ‘마을 공동체’까지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용어로 사용된다. 또한 ‘동네’란 말이 주로 이웃해 살아가는 주거공동체를 지칭하는 것에 반해, ‘마을’이란 말은 ‘직장마을’, ‘컴마을’, ‘영화마을’ 등의 용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주거공동체 이외에도 직업, 종교, 취미를 공유하는 다양한 사회적 관계망(關係網) 또는 커뮤니케이션 그룹까지를 포괄하고 있다.

  따라서, 주거지에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다채롭게 전개되고 있고, 물리적 환경개선에만 국한되지 않고 공동체 이루기와 문화 만들기까지를 담고 있는 주민 주도의 생활환경 개선 활동을 지칭하는 용어로서는, 제한적인 의미를 갖는 ‘동네’보다는 ‘마을’이란 말이 훨씬 더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마을 가꾸기인가, 마을 만들기인가?

  ‘가꾸기’란 말은 있는 것을 더 좋은 상태로 만들기 위해 보살피고, 매만진다는 뜻이 강한 반면, ‘만들기’란 말에는 없는 것을 만들어 내거나 무언가를 새롭게 이루어간다는 뜻이 담겨있다.

  ‘마을 가꾸기’란 말을 쓸 경우 마을의 물리적 환경을 정비하거나 개선한다는 등의 하드웨어적 의미에 국한되기 쉽고, 겉모습의 치장이나 장식과 같은 소극적인 의미가 강한 반면, ‘마을 만들기’란 말은 마을 환경의 물리적 개선뿐만 아니라,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등의 소프트웨어적 의미까지 함께 포괄하고 있다.

  특히, 커뮤니티가 붕괴되고 이웃과의 관계마저 단절된 우리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마을 가꾸기’보다는 ‘마을 만들기’란 말이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간다는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의미를 더욱 분명히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생활환경의 문제를 주민들이 함께 해결함으로써 마을환경의 개선과 주민공동체의 복원을 동시에 꾀하는 주민활동을 지칭하는 용어로서는 ‘마을 가꾸기’보다는 ‘마을 만들기’가 더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생활환경 개선에 스스로 나서는 주민들의 활동을 지칭하기에는 ‘마을 만들기’란 말이 가장 적합하긴 하나, 일본어 ‘마찌즈쿠리(まちづくり)’를 직역한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일반인들에게 있어서 아직은 그다지 친숙한 용어가 아니라는 점이 종종 지적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상대적으로 친숙한 용어인 ‘동네 가꾸기’나 ‘마을 가꾸기’란 말로 대체하는 것은 말의 뜻이나 의미가 갖는 한계가 분명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좀 더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면서 친숙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마을’이란 단어가 뜻하는 것은 여러 가지다. 첫째는 우리들의 일상 생활환경을 뜻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거주지를 비롯해 일터와 쉼터, 또는 자주 들르는 장소나 오고가는 거리를 모두 포함한다. ‘마을’이란 말에는 물리적 측면의 ‘생활환경’ 이외에 또 다른 의미가 담겨있다. 생활환경을 공유하는 ‘마을 사람들(주민, 시민, 이용자)’과 이들이 이루고 만들어내는 ‘마을 공동체’와 ‘마을 문화’와 같은 다양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만들기’란 말이 뜻하는 바도 다채롭다. 새로운 공간이나, 장소, 시설물 을 만들어내는 일, 생활환경을 잘 살피고 가꾸는 일, 이웃과의 친교를 이루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일, 참여와 실천을 통해 건강한 주민(시민)으로 자라고, 배우고, 새롭게 태어나는 일 등의 의미가 함께 담겨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마을 만들기’란 말이 뜻하는 의미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마을 만들기는 ‘삶터 가꾸기’다.

  마을 만들기는 마을삶터(생활환경)를 주민들(시민, 이용자)이 스스로 나서서 가꾸어 가는 일이다. 생활하는 데 고통과 불편을 주는 생활환경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개선하며, 주민의 편의를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공용공간이나 시설, 장소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마을 만들기는 ‘공동체 이루기’다.

  마을 만들기는 마을공동체(주민조직)를 이루는 일이다. 공유공간에서 벌어지는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개선하며, 새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단절된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의사소통의 경로와 활동체계를 만들며, 주민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일이다.

 

마을 만들기는 ‘사람 만들기’다.

  마을 만들기는 책임감 있고 자격 있는 건강한 마을사람(주민, 시민)을 기르는 일이다. 개인공간에만 집착하던 개개인들이 공유공간에 관심을 갖고 이웃과 더불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학습하고 체험함으로써 진정한 주민으로, 민주시민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이기도 하다.

 

2. 마을 만들기 운동의 유형들

 

‘마을 만들기’란 주민의 삶의 질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목표를 두고

 

① 새로운 공간이나 장소, 시설물을 만들어내는 일

② 일상 생활환경(마을의 삶터, 주거환경, 공동의 장소) 중 주민들에게 고통과 불편을 주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개선하며 가꾸어 나가는 일

③ 지역주민들이 유기적인 결합과 자발적 참여 속에 지역사회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고

④ 이웃과의 단절된 관계를 회복함으로써 마을공동체(주민조직)를 만드는 일

⑤ 마을의 역사와 문화, 전통, 사람들에 대한 탐구와 관심 속에 마을의 뿌리를 찾고, 공동체성을 확인하여 마을을 사랑하고(향토애), 주민의식을 강화하며 마을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도록 하며

⑥ 마을에 대한 사랑과 헌신, 발전을 선도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건강한 마을 사람을 기르는 일 등이 ‘마을 만들기’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마을 만들기’를 통하여 개인과 지역공동체는 자기 확신과 성숙의 기회를 가지게 되며, 각 주민들의 자기 확신과 성숙의 과정을 통하여 개인과 마을은 그동안 잃어버렸던 가치와 목표를 재발견하게 되며, 주민간의 가치변화와 지역사회의 관계 변화가 지역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마을 만들기’는 궁극적으로 <마을 공동체 회복>을 통하여 주민 스스로에 의한 주민자치와 주민에 의한 지역관리 시스템으로 재창조되는 과정이다.


3. 마을 만들기 운동의 이론적 배경

1) 일상생활세계론

  일상세계는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삶의 세계이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고 살아가는 세계이며 그렇기에 별다른 관심이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생활세계이다. 그러나 누구든 이 일상세계에서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어가는 삶의 연속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진부하게 조차 여겨지는 이 일상적 생활이야말로 우리 인간의 기본적인 존재기반이며, 가장 근본적으로 인간과 사회를 재생산하는 행위과정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다양한 행위의 고리로 연결된 일상세계는 모든 삶의 에너지가 지향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국가 자유 정의 혁명 계급 그리고 진보 등 이른바 거대한 개념들이나 거시적인 사건들도 따지고 보면 모두 이 일상생활의 연속선상에서 발생하며, 일상생활에서 분출되고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온다. 일상은 실천이며 일상세계는 바로 실천의 세계인 것이다.

  비판이론가들의 일상세계에 대한 논의는 자본주의 위기가 총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시각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비판이론가들은 비록 현실사회주의가 역사의 뒷전으로 물러서긴 했지만 그러나 여전히 자본주의는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으며, 이 위기 상황이 체제이행의 잠재력을 담고 있다는 진보관을 곧추세우고 있다.

  오늘날처럼 위기를 심하게 경험하는 시대도 없을 것이다. …경제위기, 통화위기, 정통성 위기와 정당성 위기, 복지국가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 정당의 위기, 체제위기, 환경위기, 에너지 위기 등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현대의 위기란 다층적이고 다면적인 위기이다. 그리고 이 위기는 우리들의 건강, 생활태도, 환경의 질, 사회적인 관계, 경제, 기술, 그리고 정치와 같은 우리들의 삶의 여러 측면을 엄습하고 있다. 그것은 인류역사에서도 그 예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고도 시급한 위기이다.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예외는 아니다. 자본축적과정이 어느정도 궤도에 오른 한국사회의 곳곳에 이런 ‘위기’의 잠재력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한국사회가 어느정도의 실질적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사회전반이 보수화의 물결에 휩싸여 가고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정치의 역학이 여전히 기득권세력 층들과의 제휴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바야흐로 대량소비의 시대를 맞이하여 탈 정치화의 주역들인 ‘대중’들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 ‘세계화’라는 구호가 민족, 평등, 통일, 계급 등의 모순과 갈등을 슬며시 덮어버리고 있고, 더 많은 물질적 풍요와 더많은 생활의 욕구를 외치고 있는 대중들의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군의 학자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그들 주장의 방패막이가 되었던 마르크스주의 이론상에 상당한 결함이 있음을 인정하면서 이른바 진보진영은 새로운 시각과 운동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분주하다. 그중 두드러진 대안이 시민사회와 신사회운동에 관련된 것들이다. 한국사회에서 ‘시민사회’라는 담론이 글자 그대로 시민권을 획득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몇 년전만 하더라도 ‘시민’이라는 용어는 민중이니 민족이니 하는 개념에 비해 매우 보수적이고 ‘정태적’인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최근에 와서 그 개념이 아이러니하게도 진보진영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시민사회론자들은 시민사회 자체가 다원사회임을 인정하고 따라서 사회운동 역시 하나의 주체를 중심으로 전개되기보다는 다양한 주체들이 다양한 이슈들을 쟁점으로 새로운 사회운동을 전개할 것으로 주문한다. 물론 신사회운동론의 내용이나 전략, 주장들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로 정리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최근의 환경운동이나 여성, 주택 들과 관련된 사회운동들은 새로운 실천의 분위기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이처럼 시민사회론과 새로운 운동, 예컨대 환경, 주택, 소비, 여성, 인권 등을 지향한 운동들과 함께 생활세계에 대한 관심이 어느정도 생겨나긴 했지만 그러나 일상과 일상세계 그 자체는 우리 학계의 관심에서 멀리 벗어나 있었다. 특히 국가 계급 혁명 노동 등 거시개념에 집착해 있던 학군에서는 일상이나 일상세계는 무관심의 대상이었거나 심지어 냉소적인 주제이기까지 했다.

  일상생활연구가 주목을 받아야 하는 까닭은 학문이 더 이상 일부 학자들이나 운동가들의 학문적 혹은 전략적 담론을 위해 존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모든 학문의 궁극적 지향점은 세인들의 삶이다. 세계는 바로 ‘별다른 의식 없이’ ‘그러나 때때로 사건을 만들어내는’ 세인들에 의해 구성되고 재생산 된다.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 곧 생활세계가 시민사회 국가 ‘자본’활동의 구조적 조건이다. 그들의 생활세계와 일상적 삶이 없다면 세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생활세계에서의 일상은 반복적이고 순환적인 삶의 형태이며, 그 세계는 ‘당연시’되면서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세계이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시’되기 때문에 국가와 자본행태의 그늘에 가려 주목받고 있지 못하였던 ‘실체’이다. 그러나 일상세계는 바로 모든 이론과 실천이 지향되는 곳이다. 사람들은 바로 그 생활속에서 태어나고 살며, 사회를 총체적으로 재생산한다. 일상생활은 너무나 ‘진부하고 사소로운 것’들의 순환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보수적이다. 그렇게 때문에 역설적으로 진보성을 되찾는 곳도, 되찾아야 할 곳도 바로 일상생활공간이다. 생활정치는 일상생활의 세계에서 그 진보성을 부활시키는 포괄적 정치이다. 일상생활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거대한 ‘자본’과 ‘국가’의 힘으로부터, 대면적인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권력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우리의 생활양식을 규정하는 억압적 전통에 대항하는 정치이다. 우리가 지향할 마지막 종착역은 일상생활세계인 것이다.

 

2) 생활정치론

  일상생활의 정치란 바로 생활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권력과 폭력에 대해 저항하는 정치이다. 국가와 자본의 거시적 폭력뿐 아니라 전통과 일상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권력에 대해 ‘성찰적 인식’을 통해 대항하고 새로운 규범체계와 조직을 만들어나가는 운동이다. 따라서 일상생활의 정치는 국가에 의해 점차 관료화되고 자본에 의해 더욱 조직화되는, 그리고 억압적 전통에 의해 무기력해지는 일상생활의 보수성을 극복하는 진보적 정치이다.

  “좁은 의미의 정치개념이 국가의 통치영역에서 벌어지는 의사결정 과정을 말한다면 넓은 의미의 정치란 생활상의 이해관계나 가치문제의 충돌이 있을 때 벌어지는 토론이나 갈등해결을 위한 모든 형태의 의사결정을 말한다. 생활의 정치에서 정치란 이 두가지 의미를 다 가지고 있다.”

  그 정치의 행위는 개개인의 삶 그 자체의 과정일 수도 있고 일정한 조직이나 집단에 참여를 통한 사회운동의 형식을 띨 수도 있다.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다양한 생활상의 이슈에 대항하는 ‘사회운동’은 생활정치의 중요한 전략적 과정이다. 서구 선진자본주의사회에서는 오랫동안 국가와 시민사회가 서로 대립되는 양상을 보였다. 행정체계가 비대해지면서 자율적인 시민사회의 영역이 좁아들고 그 자율적 영역이 침탈되는 현상에 대해 많은 학자들은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그래서 그들은 생활세계에서의 자율적인 공공성의 회복, 새로운 사회운동 등의 대안들을 제시하게 되었다.

  하버마스는 새로운 사회운동이란 생활세계의 식민화를 저지하고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의사소통의 세계를 방어하는 운동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운동은 기존의 노동운동과 성격을 달리하는 환경(녹색)운동, 반핵운동, 여성, 인종, 소수집단 운동, 대안운동 등이다. 국가에 대항하는 지역운동, 반기술관료주의운동들도 새로운 사회운동의 양상들이다.

  새로운 운동은 또한 신체적 조건이나 생활세계의 물리적 환경, 문화운동 등 매우 광범위한 차원에서 진행된다.

  “새로운 사회운동의 중심적인 이슈는 1)신체, 건강 성적인 정체성 등과 같은 (신체적 영역) 행위공간, 혹은 생활세계 2) 이웃, 도시 물리적 환경 3)문화적, 인종적, 민족적, 언어적 유산과 정체성 4)삶의 자연적 조건들과 인류의 생존 등에 관련된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사회운동이 취하는 행위양식은 매우 비공식적이고 독특하며 불연속적이고, 상황적 맥락에 민감하고 평등주의적이다.” 또한 “새로운 사회운동은 생산의 물질적 구조를 재소유하기 위해서만 싸우는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발전에 대한 집합적 통제, 다시 말해 개인의 일상적 존재에서의 시간, 공간, 대인관계의 재소유를 위해서도 싸우는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생활정치는 삶의 존재기반을 성찰해보는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 도덕적이고 실존적인 문제가 ‘삶의 정치’에 포함되는 것이다.

 새로운 사회운동은 “따라서 생활체계 자체의 재정치화이며 그것은 더 이상 계급행동의 표출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발전에 의해 가장 직접적으로 피해를 받는 사회적 범주와 집단들의 행동표현이다.”

  생활정치는 매일매일의 일상세계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많은 모순과 갈등을 생활구성원 스스로가 해결해나가고 그 존재성을 회복하려는 총체적이며 포괄적인 삶의 정치인 것이다. (정수복 『새로운 사회운동과 참여민주주의』)

  다시 말하지만 일상세계란 사소롭고 진부하기 짝이 없는 다양한 행위들로 이루어진 세계이다. 그러나 일상세계는 우리의 존재기반을 이루며, 사회를 총체적으로 재생산하는 생활공간이다. 일상생활의 구체적인 일들 속에 국가와 자본, 전통의 권력들이 교차되어 나타나고 이들 세력은 보다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담론의 생활세계를 왜소화시킨다. 생활정치란 생활상의 여러 복합적인 문제들을 생활인들 스스로의 참여를 통해 해결해나가고 삶의 질과 존재성을 찾아가는 저항의 정치이며, 진보의 정치이다. 생활정치는 평등 자유 억압 해방 등 거대하고 추상적인 개념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생활상에서 경험하고 부딪히는 다양한 물적, 문화적, 제도적 사건들로부터 출발한다.

  근대화의 산물이고 근대성의 이면인 일상생활은 다양한 계급 계층 세대집단들의 복합적인 행위로 구성되어 있다. 근대화의 과정은 곧 ‘균등화’와 ‘차별화’의 과정이기도 하다. 일상적 삶의 내용이 균일하게 진행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계급, 세대, 그리고 지역에 따라 차별화가 발생한다. 생활정치의 현실적 동원전략을 위해서는 바로 일상생활의 ‘공간적 조건’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상적 삶이 일정한 시간과 공간의 궤적을 따라 움직이는 것인 만큼 생활정치의 현장은 일차적으로 그가 속해있는 시간, 공간의 장소이다. 물리적 토대나 문화양식이 공간적으로 차별화 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의 일상적 삶이 균일한 것은 아니다. 공간적 조건은 구체적인 일상생활의 내용을 규정한다. 특히 환경․교통․주택․공공시설 등을 둘러싼 일상생활상의 갈등은 특정한 공간의 조건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일상생활의 정치가 이런 공간적으로 차별화 된 생활상의 문제들을 생활인들 스스로의 참여에 의해 해결해간다고 하는 점에서 일상생활의 정치는 지역정치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지역은 시간과 공간의 축을 따라 일상적 행위 속에 형성되는 물리적, 사회적 영역으로서 인간의 상호작용이 가장 선명하고 빈도 높게 일어나는 생활현장이다. 지역정치의 근본원인은 ‘풀뿌리들의 주체적 참여와 책임’이다.

 

3) 사회운동사적 배경

  시민운동의 변화와 마을만들기 : 도시빈민운동-주민운동-지역운동-마을 만들기 운동

  1990년대 이후 시민운동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권위주의 정권 아래서 ‘민주화’를 기치로 한 전국차원의 정치투쟁 위주였던 시민운동은 문민정부 출범과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지역단위의 생활환경 개선운동 위주로 운동의 방향과 내용이 점차 바뀌고 있는 추세다. 특히 1999년은 마을 만들기를 비롯한 시민의 일상 생활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춘 시민단체의 활동과 사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해였다.

  오래 전부터 보행권 회복운동과 보행조례 제정운동을 주도했던 ‘도시연대(걷고싶은 도시 만들기 시민연대)’는 1999년 3월과 6월에 ‘걷고싶은 도시 만들기와 주민참여 워크숍’을 두 차례 개최한 바 있고, 1999년 11월에는 기존의 인사모(인사동을 사랑하는 시민의 모임) 활동을 확대하여 서울YMCA, 조계사, 인사동 전통문화보존회 등과 함께 ‘종로연대’를 결성한 뒤 인사동을 비롯한 북촌지역 마을 만들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아파트 공동체 운동을 주도해온 ‘참여연대’는 1999년 8월에 ‘아파트 공동체 운동 전국 활동가 워크숍’을 개최하여 각 지역에서 전개되어온 운동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이처럼 시민운동의 성격이 지역단위, 생활환경 개선운동으로 눈에 뜨게 바뀌고 있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시민운동의 궁극적 목적이 시민의 힘으로 사회를 변혁하는 데 있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거대 이슈 중심의 광역적이고 전국적인 차원의 운동보다는, 지역에 밀착하여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생활환경 이슈를 주민들과 함께 해결해 나가는 풀뿌리 시민운동이 오히려 효과적이고 바람직할 것이라는 자각과 공감대가 최근 시민운동 전반에 확산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에는 어느 정도의 민주화 달성과 지방자치제의 실시가 중요한 배경이 되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시민운동이 최근 유행처럼 마을 만들기에 관심을 보이며 참여하고 지원하는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현상은 마을 만들기의 비전을 밝게 해준다. 지역에서 주민과 함께 마을 만들기 활동을 직접 벌이거나 주민을 돕는 역할 이외에도, 각 지역에서 축적된 경험과 지혜를 교류하고 연계하는 데에도 시민운동이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며, 마을 만들기를 실현하는 과정에서도 주민과 행정 사이의 관계를 원활히 하고 조정해주는 ‘중재자’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와 마을 만들기

  “지방자치의 본질이 바로 마을 만들기에 있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마을 만들기와 지방자치는 서로 깊게 맞물려있다. 마을 만들기가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서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만들어 가는 활동을 지칭한다면, 이 것이 바로 ‘주민자치(住民自治)’이고 ‘삶터자치’이며 지방자치의 본질을 앞당겨 구현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제도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서인지,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직접 선출하는 일 정도로 지방자치를 이해하고 있다. 오랜 세월동안 계속되어온 국가주도, 중앙집권적 관주도 행정에 길들여져 온 주민들은 사실상 자주, 자립정신이 강하지 못하고 갑자기 주어진 자치시대가 낯선 측면도 없지 않다. 지방행정 역시 새로운 시대상황에 대처하고 적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 권위주의적 중앙집권시대의 삶터 만들기를 주도했던 두 주체는 국가권력과 자본권력이었다. 이제 자치시대를 맞아 이들을 대신해서 삶터 가꾸기를 주도할 새로운 주체는 다름 아닌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이다.

  도시계획을 세우는 일부터 세세한 도시정비사업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는 온통 행정의 몫이자 권한이었고, 주민들은 입안이나 결정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되어 왔다. 이제 자치시대를 맞아 주민들은 과거의 방관자적 입장에서 벗어나 ‘우리 삶터는 우리 손으로’라는 주인의식을 갖고 생활공간에서부터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하며, 행정 역시 지금까지의 관행과 마인드에서 벗어나고, 시스템 전반을 개혁하여 주민본위, 주민발의, 주민주도형 자치행정을 본격적으로 펼쳐야 할 시점이다.

  지방자치 시대는 권위주의 시대에 만들어지고 길들여진 병든 삶터와 우리들의 삶을 함께 치유함으로써, 건강하고 건전한 삶과 삶터를 새롭게 구축해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런 일들이 시작되고 확산되어 가는 계기와 출발점을 ‘마을 만들기’에서 찾아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주민의식 변화와 마을 만들기

  마을 만들기를 발의하고 이끌어 갈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주체는 역시 주민이다. 마을 만들기가 ‘우리 삶터를 우리 손으로’ 가꾸어 가는 일이라면, 마을 만들기는 삶터의 문제에 무관심했던 사람들의 자각과 발견에서부터 시작되고 삶터를 공유하는 이웃들과의 공동노력과 실천을 통해 지속되고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을 만들기의 성패는 주민의식과 실천에 달려있다.

  우리의 삶터가 급격한 변화과정을 겪었던 지난 30여년 동안 주민들은 그저 방관자적 입장에 머물렀던 게 사실이다. 삶터를 만들고 관리하는 일은 오로지 국가와 행정 그리고 전문가들의 몫으로 여기고, 그저 주어진 삶터에서 체념하듯 살아온 것이다. 이런 한편 주민들은 경제적 가치만을 우선시 했던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여 주택이나 주거환경을 재산증식의 수단으로밖에 보지 못했고, 숱하게 옮겨다니는 유동사회의 소용돌이 속에서 내 집이든 우리 동네든 잠시 살다가 언제고 떠날 곳으로만 여기게 되었다.

 

이로 인해 이웃과의 관계는 더욱 단절되고 주거공동체 역시 급속히 와해되었으며, 집밖의 공유공간에는 지나치게 무관심하면서 집안의 사유공간 가꾸기에는 과도할 정도로 집착하는 집단병리현상이 만연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와중에 집 앞 골목길과 통학로에서 거리와 마을공간, 도시공간에 이르기까지 주인을 잃은 우리들의 삶터는 더욱 황폐해졌고,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또한 더욱 피폐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희망의 싹이 조금씩 움트고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주민들이 나서서 생활환경을 개선하려는 다채로운 노력들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높아지면 생활환경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크게 늘고, 삶의 편의와 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한 관심과 활동이 크게 늘어난다고들 한다. 우리도 어느덧 고소득 시대에 접어들어서인지, 아니면 지방자치 시대를 맞은 탓 때문인지 분명 이러한 변화의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주거환경의 질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자녀의 교육여건과 통학환경에 대한 염려가 커지고 있으며, 주부들의 여가와 휴식, 문화, 사회교육에 대한 수요가 커지게 되면서, 이를 주민조직 차원에서 해결해 보려는 시도들이 마을 만들기의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개개인 차원의 삶의 질에 대한 희구와 자신이 살고 있는 생활환경에 대한 공동체적 관심의 증대가 서로 맞물리면서 이것이 자연스럽게 마을 만들기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생활환경에 대한 주민의 자각과 의식의 변화는 마을 만들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단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이러한 변화의 징후가 뚜렷하지 못할뿐더러, 의식의 변화가 곧바로 실천과 성취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기도 곤란하다. 따라서 이러한 희망의 싹을 더욱 키우고 확산시키려는 노력과 더불어 주민주도의 마을 만들기를 행정과 전문계, 시민운동이 함께 지원하는 전사회적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전문계의 변화와 마을 만들기

 

도시계획, 건축, 조경, 교통, 도시설계 등 생활환경을 다루는 전문분야에서도 최근 많은 변화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이러한 움직임은 크게 ‘전문가들의 시민운동 참여’, ‘주민 위주의 전문가 역할 확대’, ‘전문가들의 주민운동 지원 및 지역활동 참여’ 등으로 요약된다.

 

전문가들의 시민운동 참여는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시민운동이 지역단위 일상 생활환경 개선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전문가 참여는 현격히 늘고 있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도시연대, 녹색교통운동, 참여연대 등이 전개하고 있는 여러 가지 활동과 사업에 많은 도시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시민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과거 ‘개발독재’로 상징되는 압축성장기의 전문가 역할이 주로 관에서 일을 받아 하거나, 위원회 참여와 같은 ‘관변활동’ 위주였던 점에 비추어볼 때, 많은 전문가들이 시민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최근의 현상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주민 편에 서서 주민위주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 하다. 계획이나 설계과정에 주민을 적극 참여시키고, 주민들의 입장과 눈높이를 존중하며, 주민들을 설득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의 이른바 ‘주민참여형 프로젝트’ 사례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이 주민운동을 적극 지원하거나 주민의 입장으로 돌아가 지역활동에 참여하는 경우도 조금씩 늘고 있다. 부산대 사회교육원에서 1999년 3월에 개설한 ‘21세기 주민자치, 시민운동 지도자 전문과정’이 좋은 예다. 1992년부터 ‘금샘마을’의 주민운동을 이끌어온 부산대학교 황한식 교수의 주관으로 개설된 주민운동 지도자 과정에는 지역내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전문가, 공무원, 주민대표, 일반시민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그 동안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면서도,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이나 지역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거나 활동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변화는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고, 특히 전문가들이 각자의 지역에서 마을 만들기에 직접 참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1999년 건축문화의 해’를 맞아 여성건축가협회에서 주도했던 몇 가지 행사들도 전문계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함께 하는 주거환경, 아름다운 우리 마을’이라는 주제 하에 1999년 6월에 여성건축가협회와 한국불교환경교육원 공동주최로 ‘건축과 주민운동의 만남 워크숍’이 개최되었고, ‘내가 만든 우리 마을 콘테스트’가 주부 글짓기, 어린이 그림 그리기, 가족단위 사진 및 비디오 콘테스트로 나뉘어 8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되었다. 행사의 성과 여부를 떠나서 건축계가 주민운동과 마을 만들기에 관심을 보이고 마당을 마련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큰 것으로 보인다.

 

전문계는 시민운동과 더불어 주민주도의 마을 만들기에 참여하고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또 하나의 주체로 볼 수 있다. 아직은 마을 만들기에 대한 전문계의 참여와 역할이 크진 않지만,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이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 YMCA지역운동(마을만들기운동)의 변화과정

 

1) 지역으로부터 21세기 한국을 건설하자(전국YMCA 21세기 지역만들기 시민운동)

 

· 배경 : 1990년초 급변하는 국제화와 지구촌의 파고 속에서 인류공동체가 맞고 있는 21세기의 의미를 한국사회 현실 속에서 파악하여 바람직한 시민운동의 모색, 실천이 필요함.

이에 이미 현재화되어 있는 지구촌시대, 남북통일시대, 지방화시대, 문화의 시대를 열어나갈 시민의식을 제고하고 지역을 중심으로 한 생활세계의 개혁을 위한 시민운동의 일환으로 추진.

 

· 목표 : 지구시민으로서 평화를 사랑하는 21세기 한국인의 개성있는 자화상 정립

환경보전형 지역사회구축(지역환경)

젊음의 활력과 인간미 넘치는 매력적인 지역사회 구축(청소년교육)

건강하고 안전한 지역사회의 구축(생활안전)

생활이 편리하고 친절한 지역사회를 구축(교통,정보)

마음이 풍요롭고 여유 있는 지역사회의 구축(여가,문화)

스스로 가꾸고 지키는 지역사회(자치행정)

 

· 주요활동

- 생활세계 모니터 조사활동

- 21세기 지역만들기 시민운동 결의대회 및 캠페인(시정참여단, 환경감사단 발단식)

(전국 15개지역 - 대구,서울,광주,춘천,부천,수원,청주,진주,목포,포항,군산,서산,천안,마산,안산)

- 지침서제작, 정책협의회개최 등

 

· 주요사례

- 안전한 서울만들기 시민운동(서울)

- 아파트활동(광주)

- 자원재활용 지역만들기(목포)

- 생활세계 모니터활동과 주부시정참여단(안산)

- 21세기 대구만들기와 학생사회개발단 운동(대구)

- 동네한바퀴활동(안양)

- 21세기 지역만들기 시민운동과 지역포럼의 발전방향(이천)

 

2) 안전한 지역사회만들기 운동

 

· 배경 : 1990년 중반 각종 대형사고가 터지면서, 안전불감증문제가 사회적 문제화됨. 양적사회에서 질적사회로의 전환기, 삶의질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 확산. 1994년 21세기 지역만들기 시민운동의 연장선 차원에서 안전한 지역사회만들기 운동 전개

 

· 분야 : 교통안전, 소비생활안전, 산업안전보건 등 소비자 영역이 주축.

· 주요사례

- 부천 어린이 안전감시단 활동 : 놀이터, 횡단보도 등 조사활동 및 건의활동

- 천안 시민포럼 운영사례

- 광주 시민안전감사단 운영사례 :

아파트학교, 지역안전,어린이안전,보행권를 위한 각종조사, 교육훈련 등 도시생활세계에 관심.

- 쾌적한 어린이놀이터만들기, 안전한 어린이 통학로 만들기 사업

 

 

3) 아름다운 마을만들기 시민운동

 

· 배경 및 목적 : 21세기 지역사회만들기 운동의 연장선, 사회적자본인 주민자치 공동체 형성을 위해 근린생활권을 공간적 범위로 하는 마을만들기 운동 전개, 시민들의 자율의식과 공동체의식을 토대로 자원활동을 통해 자신의 지역문제를 해결해가는 건강한 시민정신 형성

- 시민들이 스스로 마을의 미래상 만들기

- 주민들이 함께 토론하고 참여하는 마을 만들기

- 휴머니즘이 넘치는 따뜻한 마을 만들기

-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마을 만들기

- 독특한 지역문화가 있는 마을만들기

- 우리마을의 멋과 맛 살리기

- 행정,의회,시민의 새로운 협력관계 형성하기

- 지역사회의 변화를 만들어 가는 주체조직 만들기

 

· 주요활동

- 마을학교개최 (주민자치학교, 아파트학교)

- 동네한바퀴 생활의견함 설치 및 모니터링 활동

- 아름다운마을만들기 멍석민회

- 마을축제

4) 학습공동체 운동 - 마을전체가 배움터다.

4) 좋은동네만들기 운동

5) 우리동네 상상프로젝트

 

 

5. 마을만들기 운동의 전망과 방향

 

1) 새롭게 도시를 디자인 해야 한다.

 

지난 20세기가 정부와 기업 모두가 크게 성장한 세기였다면, 21세기는 도시에 공동체를 만들어낼 비영리 사회부문 조직체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이는 미래의 지역공동체 회복과 지역공동체 창조의 희망찬 메시지이다. 선진국에 있어서 21세기 국가 최우선 과제는 도시의 문명화이다. 도시의 문명화란 공동체의 불모지 도시에 유기적인 공동체를 세우는 일이다. 역사적으로 대표적인 유기적 공동체는 농촌공동체였다.

세계적으로 볼 때, 근래 100년 이래 산업화ㆍ도시화로 인한 인구 이동으로 유기적인 농촌공동체는 점점 소멸되어가고, 반면 공동체성이 부재한 도시에서는 익명성이 매력적인 요인으로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공동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이처럼 유기적공동체의 불모지 도시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공동체가 생겨난 것은 인간은 본능적으로 공동체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속가능할 것으로 보았던 전통적인 농촌사회의 유기적 공동체가 소멸되고 있는 것은 어김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우리들의 반사적 과제는 공동체를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 농촌에서는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일이고, 도시에서는 공동체를 창조하는 일이다. 도시에서 공동체 창조 대 전제는 학습적이고, 자원봉사적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도시공동체는 도시속의 개인에게 성취감을 갖는 기회를 제공하고, 공동체 안에서 중요한 사람으로 인정받을 기회를 제공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회제공을 언제, 누가, 어떤 방법으로 하느냐가 긍정적인 도시공동체 만들기의 관건이다.

21세기는 비영리 사회부문의 조직 및 기관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세기가 된다고 앞에서 강조했다. 비영리 사회부문의 활동주체가 될 사람은 아무래도 교육받은 전문가들일 것이다. 이들은 열리고 있는 시민사회에서 주민들 저마다에게 리더십과 파트너십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한다. 비영리 사회부문의 기관들만이 또 그곳에서 높은 수준의 윤리적 가치를 갖고 있는 전문가나 활동가들만이 도시의 주민들에게 학습자로서 학습할 기회를 제공하고, 자원봉사자로서 활동할 기회를 제공하고, 도시공동체 만들기에 활동가로서 공헌할 기회를 제공하고, 도시생활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생애가치를 실현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기회제공을 하는 일련의 과정 과정들이 바로 도시공동체를 창조하는 일이다.

예외 없이 우리나라도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으면서 도시와 농촌은 물질주의적 양적 팽창과 환경 파괴적 개발로 많은 문제를 야기하였다. 이에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 도시와 농촌의 상생, 개발과 환경의 조화, 세계화와 지방화의 융합, 성장과 복지의 병행이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과제는 삶의 질을 제고하는 지역의 창조라는 비전아래 아름답고 특색 있는 지역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는 주민참여, 주민주도형 지역정책을 펼치는 일이다. 이는 지금까지 펼쳐왔던 풀뿌리민주주의, 주민자치, 마을의제와 함께 이제 마을 만들기는 국가발전 의 기초를 다지는 필수공정이고 지역공동체 회복과 창조의 희망이 아닐 수 없다.

 

 

2) 지역공동체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가 마을만들기 운동의 토대이다.

 

무엇이 마을 만들기인가? 마을 만들기는 지역공동체를 세우는 일이다. 마을 만들기 핵심요소로 학습조직, 마을규약, 마을의제, 마을관계, 마을비전을 꼽을 수 있다. 지역특성에 따라, 또 연구자에 따라 다른 견해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 다섯 가지 요소를 주민과 함께 갖추는 일이 마을 만들기이고 지역공동체를 세우는 일이다.

2-1)학습조직

마을 만들기에서 학습조직은 큰 의미를 갖는다. 마을 만들기에서 마을의 이모저모에 관한 문제는 마을주민들이 제일 잘 알고 있다. 다만 주민들이 함께 생각을 모아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일에 익숙해 있지 않고, 표현하는 방법과 기술이 숙달되어 있지 않고 있을 뿐이다. 마을 만들기에서 학습조직 운영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마을 만들기는 모든 부문에서 결과의 모습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고 이를 강조한다. 과정은 본질적으로 학습이고, 주민참여의 모습이다. 마을 만들기에서 주민이 함께 실천하는 과정을 학습이라 말하는 것은 주민들이 함께 실천하는 과정에서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라는 공동체의식이 발아되고, 서로의 생각이 모아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마을 만들기에서 학습의 목표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주민들의 자조에 기초한 공동체정신의 고양이고, 또 하나는 주민들이 함께 일하는 리더십과 파트너십의 함양이다. 두 가지를 합해서 자치역량이 있는 사람 만들기가 마을학습의 목표이다. 따라서 마을 만들기에서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조는 생명력으로 마을 만들기 에너지원이다. 자기 문제는 자기 스스로 해결한다는 ‘자기운명의 주인공’ 되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 자조의 가치이다. 자조의 가치가 실현되는 바탕 위에 주민들의 자율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마을 만들기, 이것이 곧 주민자치의 참모습이다. 때문에 자조는 사람이요, 자치는 기관이라고 말한다. 마을 만들기에서 주민 모두가 우리 마을문제는 우리들의 자조와 자치역량으로 해결하는 이런 사람 만들기 프로그램 운영으로서 학습조직은 마을 만들기 핵심 요소의 하나이다.

2-2)마을규약

여럿이 함께 질서 있게, 일하는 곳에는 반드시 규약이 있다. 운동경기장에는 경기규약이 있고, 공연장에는 관람규약이 있다. 규약이 지켜짐으로서 운동경기는 재미가 있고, 공연은 예술적 가치를 더한다. 마을 만들기는 여럿이 함께 한다. 여럿이 함께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을규약은 필수 요소이다. 주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마을규약은 마을 만들기의 자발적인 주민참여를 유도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발적인 주민참여는 마을의 의사결정기구 기능을 수반한다. 마을의 의사결정기구는 지역에 기초한 마을회의 운영이다. 마을회의는 의사를 성립시키고, 의사를 진행하여 합의를 생산해 내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 마을회의에서 생산된 합의는 자발적인 주민행동을 유발시켜 마을의제를 발굴하고 지속적인 실천을 견인한다. 한편,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는 마을에 대한 관심과 애착에서 비롯되고, 마을 만들기 주체들의 리더십과 파트너십으로 촉진된다.

마을 만들기는 마을의 의사결정기구에서 일차 합의된 사항이라 할지라도 실천과정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면 결합개선을 위한 주민들의 합의가 또 다시 요망된다. 이런 일련의 합의과정이 학습과정이고, 실천과정이고, 또한 진정한 의미의 주민참여과정이다. 따라서 여럿이 함께 실천을 다짐하는 마을 만들기에서는 그것이 비록 사소한 일일지라도, 또 더디고 비효율적이라고 모두들 답답하게 여길지라도 항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마을회의 의사결정기구에서 도출된 합의는 실천목표를 선명히 하면서 동시에 오해나 갈등을 불식시키는 마을평화의 묘약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마을 만들기에서는 참여와 소통의 진면목을 연출하는 ‘새로운 질서’, ‘민주주의 성숙과정’이라 말하기도 한다. 때문에 마을 만들기에서 합의하는 일을 소홀하면 나중에 필연적으로 갈등구조가 생겨나 마을 만들기 팀웍이 깨지고, 마을공동체 붕괴로까지 번질 수 있다. 갈등과 붕괴를 예방하는 이런 합의하는 일을 어찌 비효율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마을규약과 마을회의는 마을 만들기의 핵심 요소의 하나이다.

 

2-3)마을의제

마을의제는 전 지구적인 생태위기에 대한 국제적인 각성과 그에 따른 실천과제에 서 나온 말이다. 그렇다고 마을의제는 마을에 나무를 많이 심고, 녹지를 늘리고, 공원을 잘 가꾸는 이른바 녹색마을을 만드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여기서 마을의제는 자연환경에 더하여 지역의 역사, 문화, 경제, 사회 등의 마을자원을 발굴-가공-공유를 어떻게 할 것이냐의 마을과제이다. 향약과 두레처럼 전통적인 마을공동체문화에서 볼 수 있듯이 일반적으로 마을의제란 마을공동체가 함께 실행할 마을의 고유가치 실현과제 라고 말할 수 있다. 도시화 과정에서 나타난 유기적 공동체 붕괴의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치유해 가면서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다음세대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들어가는 데는 마을의제가 중심역할을 한다. 마을 만들기에서 큰 줄기는 주민참여이고, 주민들이 함께 수립한 마을의제를 함께 실천하는 일이다. 거듭 말하지만 마을의제 수립과 실천은 마을 만들기 핵심 요소의 하나이다.

 

2-4)마을관계

마을 만들기는 여럿이 함께 세우는 사람들의 관계 만들기라 말하기도 한다. 여럿은 주민이고 기관이다. 여럿이 함께 하는 마을 만들기에서 파트너십과 상호작용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마을 만들기에서 주민, 대표자, 주민자치회, 행정기관, 전문가, 시민단체 등은 마을 만들기 추진 주체들이다. 마을에 자리하고 있는 학교, 교회, 병원, 기업체 등은 기관이다. 마을 만들기의 추진 주체를 비롯한 마을 안의 다양한 여러 종류의 기관 공동체들이 함께 조화를 이룬 파트너십을 통한 상호작용은 필연적으로 마을 만들기의 시너지효과를 수반한다. 여기에 지역 공동체적 생활관련 마을, 단체, 전문기관, 도ㆍ농ㆍ어촌지역과 폭넓은 유기적인 네트워크 구축 또한 마을 만들기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이처럼 마을 만들기 주체들의 파트너십과 관련기관들의 유기적인 네트워크 구축으로 파트너십으로 자아지는 사회적 상호작용은 마을 만들기의 핵심 요소이다.

 

2-5)마을비전

지속 가능한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의 핵심요소들은 우리가 흔히 잘 아는 동요 속에 담겨있다. 지역공동체로서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는 마을의 자원을 바탕으로 건설되고, 미래를 전략적으로 생각하며, 마을을 구성하는 문제를 생각하며, 주민들이 상호 연결망 속에서 공동이익의 영역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창조한다. 그리고 풍부한 다양성을 가치 있게 생각하고, 궁극적으로는 이를 위해 사려 깊게 행동한다. 지금까지 말한 것 중에 즉각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전문가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유아기, 소년기, 청년기, 장년기와 같이 사람에게 성장과정이 있는 것처럼, 마을 만들기 역시 긴 시간이 요구되고 있다. 다음 세대까지를 포함해서 보다 살기 좋은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길은 우리들 모두에게 익숙해져있는 경제논리에서 비롯한 성과주의를 경계하고, 느슨한 철학을 학습할 필요가 있다. 주민들이 함께 배려하는 가운데 성공과 포용을 위한 마을비전과 실천로드맵을 그려 주민 스스로 학습 하면서 마을자원을 발굴-가공-공유해 갈 때, 비로소 마을 만들기의 진면목이요, 지역공동체 세우기의 자치역량 발휘라고 말할 것이다. 따라서 마을비전은 마을 만들기의 핵심 요소이다.

 

3) 21세기 지역만들기 운동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 자치, 안전, 생태를 기본축으로 운영되는 마을만들기 운동이 필요하다.

 

90년대 중반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면서 이전 시기의 지방자치제도를 쟁취하기 위한 운동을 넘어서서 직접적인 지역주민의 참여, 자치를 지향하는 시민운동이 더욱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해당지역 주민들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직접 선출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것에서 부터 정책생산과 예산편성에 참여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에 함께 책임져 나가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로드맵이 가동되면서 주민발의, 주민투표, 주민소송, 주민소환제와 같은 주민자치를 위한 기본적인 법, 제도들이 도입되기 시작한 것도 지역에서의 풀뿌리시민운동을 위한 유리한 객관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최근의 지역사회 시민운동의 흐름은 마을이나 지구단위의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풀뿌리로부터의 운동, 즉 마을만들기와 마을의제 운동, 주민자치센터 활성화운동 등이 양적인 면에서나 관심도 면에서 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운동들은 특정사안에 대한 요구형 운동이 아니라 주민들의 일상적 생활과 관련된 지역사회의 여러 가지 과제들, 육아, 교육, 취업, 건강, 복지, 여가, 문화, 지역개발 등을 해당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해결하고 만들어가는 조성형(助成形)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운동은 그 특성상 시민들의 자원봉사와 평생학습과 밀접히 연관되며 지역사회내의 네트워크 구축과 행정과의 파트너십 형성이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시민들의 생활세계에 근거하여 참여와 자치를 일구어가는 운동, 풀뿌리로부터의 지역공동체 활성화운동은 다양한 모습을 띄고 확산, 발전되고 있다. 담장허물기로 상징되었던 마을만들기운동이 지역의 물리적 환경을 바꾸어나가는 초기적 모습을 넘어서서 이제는 주민들의 삶과 관련된 다양한 영역에서 마을주민들이 협력하여 마을을 꾸리고 관리하는 노력, 즉 생활자치를 통한 지역공동체만들기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들은 운동소재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의 운동들과 결합되는데, 공동육아, 대안학교, 대안미디어, 생협, 아파트공동체, 자활, 농어촌활력사업, 지역문화, 지역복지, 생활환경, 학습공동체, 평생학습, 자원봉사 등이 그것이다. 서울마포의 성미산공동체, 풀무학교로 유명한 충남홍성의 문당마을, 강원화천의 토고미마을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 그것은 마을의제운동으로도 발전되는데 90년대부터 진행되어 온 지방의제운동의 성과로 만들어진 각 지역의 지방의제21기구들과 참여한 시민단체들은 2000년대 초반 마을의제운동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공동체운동의 사례들을 잘 들여다보면 일정한 흐름변화의 특징을 읽어볼 수 있다. 먼저 초기에 헌신적인 활동가나 시민단체가 주도하던 것에서 일반주민출신의 리더나 주민조직의 주도로 그 주체가 옮겨간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 소수의 대안찾기 운동, 모델만들기 운동에서 현실과 결합한 대중적인 운동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방행정, 정부정책과의 연관성이 높아지고 민관협력과 거버넌스 형성에 관한 문제의식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런 사회적인 흐름속에서 회원주동성을 기반으로한 지역운동단체로서의 YMCA는 지역의 다양한 흐름과 변화를 읽고, 이를 새롭게 해석하고 주도해가야 한다고 본다. 과거 21세기 지역만들기 사업이 당시 사회시기에 비해 다소 앞선 운동의제였고, 그 결과 전국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90년초부터 지역운동에 새로운 씨앗을 뿌린 결과 현재는 다양한 방식의 마을 만들기 운동이 민간차원에서 진행되고 있고, 참여정부들어 주민주도형(주민참여형)마을만들기 사업이 정부사업으로 추진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당시 중요한 가치였던 자치, 안전, 생태라는 운동의제가 이제는 새롭게 해석되고 제시되야 한다고 본다. 여전히 자치, 안전, 생태는 지역사회의 중요한 운동의제이다.

Posted by 이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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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손병학 2008.10.21 10: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갑습니다.. 안양시민신문 손병학입니다..

    마을만들기 조례제정 때문에 이 글을 찾아 읽게 됐습니다..

    최근 부산물만골을 다녀왔습니다.. 해체된 모범적인 생태공동체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민이 만드는 마을의 가치에 대한 문제 말입니다..

    모쪼록 흔적남기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길..

  2. 이필구 2008.10.21 13: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손기자님...
    반갑습니다. 얼마만인가요...
    잘지내시죠... 지역에서 한번 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