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3.31 지하철에서 신문 줍는 노인들을 보며... (2)


어제 밤 무리를 해서인지 아침에 벌건 눈을 하고, 출근길에 나섰다.  
헉 비가 오네.. 갠적으론 비오는 날을 좋아하지만, 오토바이로 출퇴근을 하면서부터 아침에 비나 눈이 오면 우선 짜증이 밀려온다.

아! 또 지하철 타고 가야돼...!! 유독 지하세계(?)를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가급적 버스를 이용하는데, 출근길은 어쩔수 없이 지하철을 탈 수 밖에 없다.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을 볼 때면 참 불편하다. 서로 마주 앉아 얼굴을 보기도 어색하고 실수로 눈이라도 마주치면 못 볼 것을 본 사람처럼 시선을 다른 쪽에 두기 바쁘다. 그래서인지 휴대기기에... 신문에...각자의 세계에 빠져 타인에 대한 관심이나 배려는 지하철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나 역시 지하철에 타자마자 아이폰을 켜고 뚫어지게 보고 가던 중, 작은 사건이 일어났다.
지하철 문이 열리더니, 바짝 마른 노인 한분이 자신의 몸의 두배는 될 만한 마대포대를 힘겹게 지하철 안으로 밀고 있었다. 쉽게 움직이지 않는 마대포대를 보면서 저게 머지 하는 생각과  "아! 일어나서 도와드려야 하나..." 하는 고민이 드는 순간, 마대 포대는 이미 지하철 한켠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숨고를 틈도 없이 할아버지는 자신의 배낭을 마대포대위에 휙 던져놓고, 지하철 한쪽 방향으로 부지런히 움직였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신문들을 포착하고 거리낌없이 신문을 모아가고 있었다. 순식간에 한묶음의 신문지를 모아 마대포대 옆에 던져놓고 반대편 방향으로 또 부지런히 움직이셨다.

2분쯤 지났을까? 다른 한쪽 방향에서 또다른 할아버지가 몇장의 신문지를 들고 오고 있었다. 잠깐이었지만, 신문지가 들어있는 마대포대를 지나치면서 힐끗 바라보는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부러운 눈빛이었다.

이 순간에도 사람들은 아무일 없다는 듯이 자기 할일만 몰두할 뿐이었다.
순간, "지하철에 버려진 신문조차도 서로 먼저 줍기 위해 경쟁하는 노인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 않는 더러운 세상..." 생존을 위해 지하철을 떠돌며 신문을 줍는 것도 경쟁이 되어 버린 세상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라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었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이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