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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25 촛불이여.. 마을의 등불로 다시 살아나라!

 

100일 치성이라는 말이 있다. 집안에 어려운 일이 닥칠 때 정화수 한그릇 떠 놓고, 100일간 정성을 다하면 하늘님도 감동해서 문제가 해결된다는 말이다. 지난 8월 15일 100차 촛불집회를 보면서 갑자기 100일 치성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100일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촛불을 켜고 광우병 쇠고기 재협상을 바랬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대다수 국민의 뜻과는 무관하게 일방적인 쇠고기 수입개방이 강행되었고, 이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폭력진압에 다치고, 끌려가지 않았던가? 100일간 정성을 들인 것에 비한다면, 참 막막하고 대책 없는 결과이다.

 

엉뚱한 상상을 해보면, 아나로그 시대에도 100일 치성을 드리면 되었다는데, 최첨단 디지털 시대에는 10일 정도 공력을 들이면 충분해야 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왜 이런 막무가내식 결과가 나왔을까? 수많은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한가지 주목해야할 점은 과거나 지금이나 사람의 변화가 참 어렵다는 것이다. 촛불집회를 통해 한 목소리로 바랬던 것은 대통령 한사람의 생각이 변화하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잘못한 일을 바로 잡아 주기를 바란 것이다. 다시 말해 독선과 오만, 거짓으로 가득찬 한사람의 변화를 요구한 것이다. 불과 몇 개월 전 만해도 이명박 대통령은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되었다. 당시 대다수의 국민들의 관심사는 경제 살리기였고, 경제하나 살리면 되지 나머지야 어찌되든 상관하지 않았다. 마치 학교에서 나쁜 짓을 해도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식이었다.

 

땅을 치고 후회해 봐야, 현재는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아 보인다. 100일 이상 촛불을 들었는데, 무엇을 더 어찌하란 말인가? 대다수 국민들은 이런 심정으로 자포자기하거나 두고 보자는 식으로 가고 있고, 촛불정국은 서서히 정리 되는 것처럼 보인다. 때 맞춰 정부도 촛불이 사그러 들고 있다고 보고, 강력한 공권력을 동원해 촛불을 끄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하지만, 수많은 시민들은 촛불집회를 통해 이미 중요한 경험을 했다. 그것은 한사람 한사람이 바로 서는 노력이 없으면 민주주의는 언제든지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누군가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진리지만, 촛불집회를 통해 다수의 사람들이 사회적 경험을 함께 나눴다는 것만으로도 향후 새로운 사회적 힘을 만들어갈 씨앗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이런 씨앗을 마음에 품고 마을로, 가정으로 흘러 갈 때이다. 마을에서 민주주의의 새로운 학습이 일어나야 한다. 특정사안에 대한 요구형 운동에 그치지 않고, 주민들의 일상적 생활과 관련된 지역사회의 여러 가지 과제들, 육아, 교육, 취업, 건강, 복지, 여가, 문화, 지역개발 등을 해당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해결하고 만들어가는 조성형(助成形) 운동이 확산되어야 한다. 생활자치를 통한 지역공동체 운동의 저변을 확대하는 마을만들기 운동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구체화되야 할 때이다.

 

- 이글은 시민사회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Posted by 이필구